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이 행성이 자신을 어지럽히는 불청객들을 모두 쫓아내려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의중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이나. 지구는 더 이상 사람사는 곳이 아닌 것 같다고 전혀 웃기지 않은 생각을 하면서 도현은 속으로만 웃었다. 그러면 이제 인간들은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형체도 없는 것에 기대는 말은 언제나 누군가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사람은 역으로 따뜻함에 관하여 말하려고 한다. 우리 인류의 기술이든지 마음이든지 둘중 하나를 칭송하면서. 그러나 서도현에게는 그중 무엇도 와닿지가 않았다. 그에게는 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두터운 털도,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담요도, 마음의 안정을 담보하는 집도, 인위적인 따뜻함을 선물하는 위대한 문명..